지역의 건축문화제가 담당해야할 역할

  • Date2023.10.01

건축계의 가을은 지난 1년 간의 활동을 돌아보는 중요한 시기이다. 올해에도 서울의 도시건축비엔날레를 필두로 각 지역마다 저마다의 성과를 한데 모아 건축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건축문화제들은 건축문화와 일반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자하는 건축계의 노력으로 마련되는 행사이다. 건축계 내부의 자화자찬격인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일반 시민 사회에 의미있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건축문화제가 담당해야할 역할은 무엇일지 고민해보게 된다.

건축문화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개최된다. 따라서, 지역의 건축과 도시의 전망에 대한 담론을 전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단편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건축활동들을 한자리에 모아 시민사회에 소개하면서 동시에 그 생산물들이 담아내고 있는 의의를 갈무리하여 내보일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 부산국제건축제에 방문하게 되었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규모가 워낙 크기도 하지만, 행사장을 가득 메운 지역 건축가들의 열정 가득한 에너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주제전에서는 도시 쇠퇴로 고민이 많은 부산의 부산북항 재개발 프로젝트를 전시하여 시민사회와의 컨센서스를 이끌려고 하였다. 게다가 부산북항 재개발과 독일 함부르크의 하펜시티를 비교 전시하여, 글로벌한 보편성을 획득하려고 의도하는 부분도 높은 점수를 줄만 했다. 또한, 부산의 경관 좋은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현재 가장 트렌디한 테마로 자리잡은 카페건축들을 모아서 주제전의 한 부분을 할애했다. 지역의 문화적 이슈를 배경으로 지역 건축가들의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놓아, 현재 부산의 건축지형을 그려볼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부산지역의 차세대 건축가 네 팀을 선정하여 소개하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어서, 지역의 건축계가 자체적으로 젊은 건축가의 풀을 넓히려는 시도라 이해되었다.

대전에서도 많은 분들의 노력과 정성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대전건축문화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10월 중순 무렵 옛 충남도청 건물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어느덧 15회째를 맞이하게 되었으며, 그 동안의 성공적인 진행을 통하여 어느 정도 그 기반이 닦여졌다. 이제까지가 기초를 닦기 위한 안정적인 문화제 구성의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대전건축문화제 2.0에 대한 중지를 모아야되는 때가 아닌가 싶다. 앞서 서술한 것처럼, 대전건축문화제를 통해 대전의 도시건축적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전시의 근래 가장 중요한 도시건축 프로젝트인 대전역세권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그 미래의 모습을 시민사회와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대전 지역에서 활동 중인 차세대 건축가를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기획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대전건축문화제를 통해서 도시건축의 비전, 젊은 건축가들의 풀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지역의 문화자산 경쟁력 확보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제 로컬이 지닌 컨텐츠가 그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문화자원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건축은 문화자원의 물리적 토대를 닦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대전만의 문화자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를 예민하게 간파하는 건축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보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훌륭한 제자들을 매년 서울로 취업시키고 있다. 스펀지처럼 많은 문화자양분을 흡수해야하는 제자들이 좋은 프로젝트와 문화적 경험의 기회가 풍부한 서울로 떠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다만 그 제자들이 중앙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언젠가 다시 돌아와 대전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는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날을 위해서라도 젊은 재능들이 지역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이다. 건축문화제는 그 토대를 닦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