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shin-SNU Heritage Lounge

대신파이낸셜그룹-서울대학교 헤리티지 라운지

  • 설계담당도우람, 한명제, 김민정
  • 위치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산56-1 일대
  • 프로그램교육연구시설
  • 연면적2,525.76㎡
  • 규모1개층
  • 기계설계두현 M&C
  • 전기설계테라엔지니어링
  • 가구스탠다드에이
  • 시공(주)시공문화
  • 발주처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 사진텍스쳐온텍스쳐
  • 설계기간2024.07~ 2025.03
  • 공사기간2025.10 ~ 2026.01

도서관에 놓인 길과 광장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은 서로 다른 시기에 지어진 두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1975년 완공된 본관과 2015년 증축된 관정관이다. 약 40년의 시간차를 두고 만들어진 두 건물은 형태와 구축 방식뿐 아니라 도서관에 요구되던 역할의 변화도 함께 보여준다. 2026년 개교 80주년을 맞아 서울대학교는 이 두 건물이 만나는 영역을 재편하여 헤리티지 라운지를 계획하였다.
헤리티지 라운지는 관정관 2층에 위치한 2,525.76㎡의 공간이다. 이곳은 관정관에서 본관으로 직접 연결되는 유일한 층이면서, 기존 본관의 외벽이 실내화되어 남아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대상은 독립된 하나의 실내 공간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두 건축이 만나는 경계에 가까웠다. 오래된 본관의 입면, 관정관의 구조와 아트리움, 학생들의 이동 동선이 하나의 공간 안에 중첩되어 있었다.

질서가 필요한 스터디가든
기존 공간은 ‘스터디가든’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학습과 휴식의 장소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600평이 넘는 넓이에 비해 천장고는 2.4m에 불과했고, 자연광의 유입도 제한적이었다. 넓고 낮은 공간에 여러 종류의 가구와 프로그램이 혼재하면서 어디가 통로이고 어디가 머무르는 장소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공부하고 쉬고 이동했지만, 각각의 행위를 받아들이는 공간적 질서는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초기 현황조사에서도 낮은 천장고와 채광 부족, 프로그램의 혼재, 이동과 체류의 모호한 관계가 주요 문제로 정리되었다.
리모델링의 출발점은 이 큰 공간을 새로운 이미지로 채우는 것이 아니었다. 넓은 바닥에서 발생하는 서로 다른 행위를 구분하고 연결하는 질서를 만드는 것이 먼저였다. 특히 학생들이 혼자 공부하는 전통적인 열람실의 개념에서 벗어나,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며 공부하고 대화하고 쉬는 ‘social learning’의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학습은 반드시 고립된 상태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개인의 집중과 공동의 활동, 휴식과 우연한 교류도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의 일부라고 보았다.

네 개의 영역, 두 개의 길
길게 이어진 평면은 크게 진리의 길, 관악라운지, 포커스 영역, 휴게 영역으로 재구성된다. 각각을 벽으로 명확하게 분리하기보다 가구의 밀도와 크기, 조명, 바닥의 변화와 천장 조건을 조절하면서 영역의 성격을 바꾼다. 여기에 본관을 향해 공간을 횡단하는 ‘빛의 길’이 더해지면서 전체 공간의 이동 체계가 형성된다.
가장 중요한 공간적 장치는 ‘진리의 길’과 ‘빛의 길’이라는 두 개의 교차하는 축이다. 이름은 서울대학교를 상징하는 라틴어 Veritas Lux Mea, ‘진리는 나의 빛’에서 가져왔다. 그러나 이를 문자나 그래픽으로만 표현하기보다 실제로 걷는 공간의 구조로 전환하였다.
‘진리의 길’은 기존 본관의 입면을 따라 놓인다. 이곳은 본관의 외벽을 가까이 바라볼 수 있는 동시에 4층 높이까지 열린 아트리움이다. 리모델링에서는 오래된 입면을 덮거나 새로운 마감으로 통합하지 않았다. 기존 본관의 재료와 창, 깊이를 그대로 노출하고 그 앞에 새로운 회랑을 구성하였다.
본관의 입면 모듈과 관정관의 구조 기둥 간격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설계에서는 그 불일치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회랑에 새로운 수직 요소를 더해 본관 입면의 비례와 대응하는 리듬을 만들었다. 새로운 구조가 오래된 건축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두 시대의 서로 다른 질서 사이에 중간의 질서를 삽입한 것이다. 긴 회랑을 따라 반복되는 기둥과 개구부, 화강석 바닥과 휘장은 이동의 방향을 만들면서 본관의 존재를 계속 인식하게 한다.
‘진리의 길’과 직교하는 ‘빛의 길’은 관정관에서 본관으로 향하는 동선이다. 본관과 연결되는 바닥과 천장의 재료를 연속적으로 사용하여 두 건물 사이의 단절을 줄이고, 길의 끝에는 이창원 작가의 〈관악다경〉을 배치했다. 관악산의 풍경을 홍찻잎으로 재구성한 작품은 길의 종점이면서 캠퍼스 바깥의 지형을 다시 내부로 불러들이는 장치가 된다.

함께 공부하는 하나의 바닥
공간의 중심에는 ‘관악라운지’가 놓인다. 개교 80주년을 기념하여 최대 80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관악의 테이블’을 디자인했다. 거대한 테이블은 좌석 수를 확보하기 위한 가구라기보다 넓은 공간의 중심을 만드는 장치이다. 학생들은 같은 테이블에 앉지만 반드시 같은 일을 하지 않는다. 책을 읽고 노트북을 사용하며, 때로는 함께 이야기한다. 개인의 학습과 다른 사람의 활동이 하나의 시야 안에서 공존한다.
테이블의 크기에 대응해 조명 역시 독립적인 요소로 다루었다. 긴 선형 펜던트 조명이 작업면을 따라 배치되며, 주변에는 확산광을 만드는 바리솔 조명을 사용했다.
관악라운지의 주변부에는 집중 학습을 위한 포커스 영역을 배치했다. 기존 중앙도서관에서 개인에게 주어지던 책상 면적은 약 900×600mm였다. 새로운 계획에서는 이를 1,000×700mm로 확대하고, 1인 또는 2인이 점유할 수 있는 작은 학습 영역을 만들었다. 이 포커스 영역의 좌석들은 관악라운지의 가장자리를 형성하면서 동시에 열린 공동학습 공간과 개인학습 공간 사이의 경계로 작동한다.
따라서 공간은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다. 중앙의 긴 테이블에서 작은 그룹 테이블로, 다시 2인 포커스석과 1인 포커스석으로 이동할수록 점유 영역은 작아지고 시각적 관계는 줄어든다. 학습의 집중도에 따라 공간의 밀도가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이용자는 그날의 활동과 상황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선택한다.

휴식도 학습환경의 일부이다
기존 스터디가든에서 특히 부족했던 것은 제대로 쉴 수 있는 장소였다. 휴게 영역에는 소파와 벤치뿐 아니라 한 사람이 몸을 기대거나 잠시 머무를 수 있는 ‘네스트’형 좌석을 배치했다. 공부와 휴식을 서로 다른 시설로 분리하기보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같은 공간 안에서 공존하도록 한 것이다.
이 영역에서는 기존 건물의 단차와 천장고의 차이도 공간의 성격을 만드는 데 이용했다. 관악라운지의 천장고가 약 2.4m라면 일부 휴게 영역은 약 2.7m로 높아진다. 300mm의 차이는 작은 수치이지만 넓고 낮은 공간에서는 서로 다른 장소를 인식하게 하는 단면적 변화로 작동한다. 설계는 이러한 기존 조건을 평탄하게 지우는 대신 공간의 성격을 구분하는 재료로 사용했다.
재료도 동일한 원칙을 따른다. 목재와 베이지 계열의 패브릭을 기본으로 하되, 포커스 영역에는 짙은 회색의 금속과 차분한 톤을 더했다. 넓은 공간 전체를 하나의 색과 재료로 통일하기보다 집중과 휴식의 정도에 따라 재료의 밀도를 조절한다. 서로 다른 영역이 구분되지만 전체 공간의 연속성은 유지된다.

공사 과정에서 발견한 공간
리모델링에서는 설계 도면만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기존 건물의 조건이 공사 과정에서 드러난다. 2층과 3층을 연결하는 계단도 그중 하나였다. 철거 후 기존 계단 주변으로 3층의 자연광이 예상보다 깊게 내려오는 것이 확인되었다. 초기 계획에서는 계단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빛과 개방감을 살리기 위해 설계를 변경하였다.
계단을 가리는 대신 공간의 중심에 노출시키고, 하부 구조를 보강하여 하나의 독립된 구축물로 만들었다. 그 아래에는 자갈과 돌로 구성된 낮은 영역을 두어 계단의 구조와 주변 바닥 사이에 여백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수직 이동을 위한 기능적 장치였던 계단은 서로 다른 층의 활동과 빛을 연결하는 공간적 기준점으로 바뀌었다.

헤리티지를 사용하는 방법
헤리티지 라운지에서 ‘헤리티지’는 과거를 설명하는 전시나 장식에만 놓여 있지 않다. 1975년 본관의 입면을 그대로 노출하는 진리의 길, 2015년 관정관을 가로질러 본관으로 이어지는 빛의 길,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매일 반복되는 학생들의 학습과 휴식이 함께 헤리티지를 구성한다.
서울대학교는 이번 중앙도서관 개편을 통해 대학 구성원의 학술 공간에서 더 넓은 지적·문화적 공간으로 도서관의 역할을 확장하고자 했다. 헤리티지 라운지는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상징적 형태로 표현하기보다 기존 건축과 사용자의 관계를 다시 조직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오래된 본관과 새로운 관정관 사이에 두 개의 길을 만들고, 그 주변에 함께 공부하는 큰 테이블과 집중을 위한 작은 자리, 대화와 휴식을 위한 장소를 배치한다. 역사와 현재, 개인과 공동체, 이동과 체류는 각각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연속된 환경을 이룬다.
결국 이 프로젝트에서 헤리티지는 보존되어 바라보는 대상이라기보다 현재의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관계이다. 건축은 그 관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길과 장소, 빛과 거리의 조건을 조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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