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ium

아우리움

  • 설계담당임의현, 도우람
  • 위치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1동
  • 대지면적489.00㎡
  • 프로그램근린생활시설
  • 연면적1,132.54㎡
  • 규모지하1층, 지상5층
  • 구조설계곤구조기술사사무소
  • 기계설계타임테크
  • 전기설계천누이엔씨
  • 시공진건종합건설
  • 발주처(주)제이윤코스메틱
  • 사진노경
  • 설계기간2023.05. ~ 2023.10.
  • 공사기간2023.11. ~ 2025.06.

‘아우리움’은 다양한 식당과 상업시설이 빼곡히 들어선 삼성동 골목에 자리한다. 이 일대의 거리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간판과 광고, 각종 기호들로 소란스럽게 채워져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아우리움은 단순히 한 채의 근린생활시설이 아니라, 잠시 호흡을 고를 수 있는 환기의 순간으로 작동하기를 바랐다. 도시의 소음을 가로막고, 동시에 도시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로서 건축을 제안한 것이다.

파사드는 이 같은 의도를 담아 오버스케일된 ‘L’자형 석재 벽이 개구부 없이 길과 맞닿도록 계획하였다. 무표정하게 서 있는 벽은 도시를 차단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내부와 외부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근린생활시설에서 특히 1층과 2층을 길의 연장선에 속하는 영역으로 다룬다. 따라서 건물의 기단부와 2층 데크는 구조 시스템을 암시하면서도 파사드 벽 너머의 풍경을 드러내어, 길과 소통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반면, 상층부는 트래버틴으로 마감된 단정한 벽으로 채워 도시와 절제된 태도로 마주한다.

사용된 트래버틴은 600mm 정사각 모듈로 절삭하여, 거대한 벽면을 균일하게 메운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곧 단조로움으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는 3×3, 아홉 장 단위마다 오픈조인트 폭을 달리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그리드가 이중적 리듬으로 읽혀지기를 바랬다.

이러한 파사드의 단순성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대지의 독특한 성격이 있다. 본 건물의 부지는 도로에 면한 필지와 흔히 ‘깃발 대지’라 불리는 후면 필지를 합필하여 형성된, 좁은 전면폭에 비해 깊은 장방형이다. 이 특이한 형상은 건물에 다층적 레이어를 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우리는 깊이 있는 대지의 장점을 활용해, 채광·환기·순환과 같은 기능적 외피를 트래버틴 벽 뒤편에 배치하고, 그 사이의 공간을 이 건물의 생명력이 집중된 영역으로 설정했다.

이중 외피 사이에 형성된 공간은 단순한 틈새가 아니라 아우리움의 심장부라 할 수 있다. 2층 데크가 떠 있는 부분에는 내부의 파티오가 놓이며, 이는 자연광을 받아들이는 창구이자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어 수직적으로 연결하는 무대가 된다. 파티오를 중심으로 한 동선은 의도적으로 드러나 있어, 이용자가 건물 내부를 거닐며 공간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상부로 오를수록 파티오와 마당은 점차 작아지지만, 그 수직적 연속성은 변함없이 유지된다. 층마다 달라지는 크기와 비례는 각 입주자에게 고유한 외부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전체 건물 안에서 **공유의 장(場)**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사이공간은 단순히 기능적 장치가 아니라, 입주자들 간의 공동체적 경험을 매개하는 핵심적 무대다. 우리는 이 공간이 건물 안팎의 활동을 연결하는 건축적 중재자로 자리 잡기를 기대했다.

아우리움은 결과적으로, 소란한 도시 풍경 속에서 고요한 돌벽으로 드러나며, 그 너머에 숨겨진 다양한 층위의 공간 경험을 제안한다. 거리와 내부, 개인과 공동체, 닫힘과 열림 사이의 긴장을 담아낸 이 건축은 근린생활시설이 지닌 익숙한 틀을 넘어, 도시적 맥락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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