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w Clay Studio
슬로우 클레이 스튜디오
- 설계담당이문정, 천민기
- 위치서울특별시 이태원동
- 대지면적217.2㎡
- 프로그램근린생활시설
- 연면적508.56㎡
- 규모지하1층, 지상3층
- 구조설계빌딩닥터
- 기계설계이한근
- 전기설계천누
- 시공집업
- 발주처개인
- 사진텍스쳐온텍스쳐
- 설계기간2023.06 ~ 2024.02
- 공사기간2024.03 ~ 2024.08
이태원에서 남산 3호 터널로 올라가는 길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항상 우리의 관심을 끄는 외관을 가진 아주 오래된 건물이 있었다. 어느 날 이 건물을 고쳐서 사용하고 싶다는 건축주가 운명처럼 우리에게 찾아왔다. 의뢰를 받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 토토로에 나오는 집처럼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불법 증축이 있고, 대지분쟁의 과정에 있으며,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되어 토지측량이 불가한 곳이었다. 거기다 지은지 40년이 된, 기존 도면도 없는 복잡한 건물로서 건축가로서는 다루기 골치 아픈 여러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건물이 가진 공간적 매력, 다채로운 입면, ‘공유도예공방’이라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하1층은 가마를 배치하여 도자기를 굽는 공간, 지상1층은 작은 카페와 도예에 필요한 물품을 파는 소매점, 그리고 대로변에서 잘 보이는 곳에서 클레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지상 2층은 공방의 주요 작업공간으로서 방문객들이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스스로 원하는 시간에 방문할 수 있도록 별도의 출입이 필요했다. 관리공간은 3층, 그리고 남산타워의 뷰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옥탑공간은 집주인의 아지트로 꾸며졌다.
‘이렇게 그냥 놔두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최소한만 손을 댔다. 토토로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북측 외관은 서로 다르게 생긴 창문들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기존 벽돌을 최대한 깔끔하게 청소하고, 마감이 낡게 된 부분은 비슷한 색상의 벽돌을 찾아서 보수했다. 도로변을 마주하는 서측면은 북측면과는 다른 입면구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층별로 얕은 켜의 테라스가 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기존의 테라스 구성을 유지하고 마감재만 정성껏 고른 흰 타일로 변경했다.
개인이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깨끗하거나 화려한 느낌을 자제하고자 했고, 대신 작업하기에 편리하면서 건물 앞의 가로수나 멀리 있는 남산 조망, 좋은 날씨의 자연채광을 한껏 누릴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하였다.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손으로 흙을 만지며 자신과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를 만들어 많은 이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건축주의 소망을 구현하는 공간이 만들고 싶었다. 설계와 시공과정에서 제한된 예산과 인접지와의 치열한 민원, 노후된 건물의 구조성능 보강과 물이 차오르는 지하공간을 방어하는 일 등 녹록치 않은 상황을 함께 겪으면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건축주를 겪어보니 그의 소망이 잘 실현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분들의 건강한 작업공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