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pyeong Residence
호우혜
- 설계담당이문정
- 위치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 대지면적936㎡
- 프로그램단독주택
- 연면적387.56㎡
- 규모지상3층
- 구조설계곤구조
- 기계설계청림이엔지
- 전기설계천누이엔씨
- 가구우림앤뮤즈, 우림퍼니처
- 인테리어디자인 온, 진건종합건설
- 시공진건종합건설
- 발주처개인
- 사진남궁선
- 설계기간2021.08-2022.03
- 공사기간2022.05-2023.10
단순성과 복잡성의 조율
과거에 ‘된섬’이라고 불리던 선촌리 일대는 북한강의 지류인 미원천이 휘돌아 나가는 아늑한 지세를 지니고 있다. ‘호우혜’는 남측으로 잔잔하게 흐르는 미원천과 그 너머 울창하게 보존된 숲을 마주하는 천혜의 환경을 지니고 있다. 고급별장주택이 다수 건축되었으며, 청평호를 방문하는 외지인들로 북적거리는 지역이지만, 대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북측으로부터 막다른길을 깊숙하게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약간의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두개의 상자
남측을 향한 접근로는 대지 전면에서 동측으로 커브를 그리며 연결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하게 될 씨퀀스는 대지에 건물을 앉히는 주요한 생각의 출발점이 되었다. 부채꼴 모양의 대지와 진입로의 방향전환은 자연스럽게 두 개의 축으로 연결되었다. 진입로의 축은 집으로 돌아오는 귀가의 여정을 맞이하는 건물의 정면을 결정하였고, 미원천과 남측의 임야를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축은 비스듬히 각도를 틀어서 주택의 중요한 조망을 위한 향이 되었다.
도시에서 평생을 거주해온 건축주와 세 아들에게 ‘호우혜‘는 교외의 거친 자연환경 속에 가족을 위한 안락한 거처로서 쉘터의 감각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두 개의 견고한 상자라는 디자인 개념의 출발은 두 개의 축을 따르는 배치와 자연 속 쉘터의 구축이라는 목표에서 비롯되었다. 건물의 외벽은 묵직한 롱브릭을 쌓아올렸으며, 집으로 접근하는 방향에서 건물은 개구부를 최소화하여 외부로부터 보호받는 가족의 쉘터로 읽혀지기를 바랬다.
여섯개의 방
‘호우혜’의 내부는 단순한 구성을 취했다. 각각 3개의 층을 가진 두 개의 상자에 6개의 상징적인 방이 쌓아올려진 구성이다. 1층에는 주차장과 다이닝, 2층에는 거실과 세 아들의 침실과 욕실을 포함하는 영역, 3층에는 건축주의 침실과 티룸이 자리한다. 6개의 방을 연속적인 시퀀스 위에 두기 보다는 두 상자의 경계에 놓인 계단을 중심으로 각기 독립된 하나의 공간이 되도록 했다. 이런 방식은 주택을 구성하는 각각의 공간이 대등하게 경험되고, 각각의 방을 가족들이 오롯하게 독립적인 장소로 활용할 수 있기를 의도하여 고안하였다.
남측에 적극적으로 열려있는 주택의 공간들은 층마다 다른 방식으로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코너가 투명하게 개방된 1층의 다이닝은 전면 마당에 석재로 마감된 넓은 바닥으로 확장되어, 외부의 풍경이 원경으로서 적당한 거리를 두게 된다. 2층의 거실과 아들들의 방에는 테라스를 두지 않아, 근경을 삭제하고 미원천 너머의 수풀에 바로 대면하도록 했다. 3층의 티룸은 전체의 단순한 상자 구성 속에서 유일하게 벗어난 기하학으로 복잡성을 지니고 있다. 상자 위에 각도를 뒤틀어 올려진 작은 상자 속에 담긴 티룸은 집을 지배하는 두 개의 축이 중첩되는 순간을 드러낸다.
단순한 두 개의 상자에 방을 쌓아올려 전체를 구성한 ‘호우혜’ 프로젝트는 단조로운 공간 경험에서 비롯되는 단순성으로 환원되지 않아야 했다. 풍경과의 거리 조절, 축의 교차를 이용한 공간 구성은 가족의 일상에 다양한 공간경험이 스며들도록 복잡성을 조율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