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ers Commons

농업인 다기능 공간 신활력 공유 플랫폼

  • 설계담당전려진, 천민기
  • 위치충청남도 홍성군 홍북읍
  • 대지면적2,865㎡
  • 프로그램문화 및 집회시설, 근린생활시설
  • 연면적1,447.89㎡
  • 규모지하1층, 지상4층
  • 구조설계곤구조기술사사무소
  • 기계설계두현엠앤씨
  • 전기설계테라엔지니어링
  • 시공(주)탑공정종합건설
  • 발주처홍성군 농업기술센터
  • 사진텍스쳐온텍스쳐
  • 설계기간2024.03. ~ 2024.07.
  • 공사기간2025.02. ~ 2025.11.

이 프로젝트는 홍성의 신도심과 구도심 사이에 놓인 홍농연회관을 ‘농업인 공유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대지의 남쪽에는 군청과 터미널, 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시가지가 있고, 북쪽에는 도청과 행정시설,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확장 중인 신도시가 자리한다. 이 건물은 그 사이에서 오랫동안 국도변의 개별적 오브제로 존재해왔다. 주변과의 관계를 만들기보다 독립된 건물로 서 있었고, 외부공간과의 연결도 충분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바로 이 단절된 상태를 전환하는 데 있다. 건물을 하나의 완결된 대상이 아니라, 두 도시 조직 사이를 매개하는 생활의 기반시설로 다시 작동시키는 것이다.

설계의 핵심은 새로운 형태를 과시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한정된 예산 안에서 기존 건물이 이미 가지고 있는 구조적 질서와 외관의 특성을 읽어내고,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데 있다. 기존 건물은 3,500mm와 4,950mm의 규칙적인 스팬, 대칭적 구성, 여러 크기의 박공지붕과 돌출된 구조물을 가지고 있었다. 프로젝트는 이 조건을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활용 가능한 자산으로 본다. 기존 마감재를 걷어내어 골조의 성격을 드러내고, 일부 돌출벽체는 철거하되 일부 돌출보는 남겨 입면의 리듬을 구성한다. 저층부는 열어 외부와 접속시키고, 기단의 레벨은 마당으로 연장된다. 즉 이 프로젝트는 기존 건물을 지우는 리모델링이 아니라, 잠재되어 있던 관계를 다시 조직하는 리모델링이다.

이 건축에서는 건물 내부에 우선하여 외부공간의 체계를 다루었다. 배치계획은 장터마당, 모임마당, 정자마당을 두어 마을 주민의 커뮤니티가 건물 바깥에서부터 시작되도록 구성한다. 주 진입은 장터 운영과 일상적 이용을 함께 수용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계획되었고, 하역공간과 장애인 램프 역시 가장 직접적인 동선 안에 놓인다. 이는 공공건축에서 흔히 보이는 상징적 전면공간의 구성과는 다르다. 여기서 마당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사용의 장치이다. 열린장터가 열리고, 사람들이 머물고, 옥상의 정자마당까지 이어지는 외부공간의 연속이 건축 전체의 성격을 규정한다. 건물은 마당들을 둘러싼 프로그램의 집합이 아니라, 마당의 사용을 지원하는 인프라로 작동한다.

저층부의 1층은 이 프로젝트의 가장 개방적인 면을 담당한다. 농가맛집, 카페, 조리체험실, 로비가 장터마당과 맞물리며 배치되고, 폴딩도어와 슬라이딩 창, 테라스, 캐노피와 천막용 폴대 시스템이 내외부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든다. 1층에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개별성보다 서로 다른 사용 주체의 동선이 분리되면서도 순환하도록 짜여 있다는 점이다. 장터를 찾는 사람,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 체험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흐름은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활동을 가시권 안에 둔다. 그 결과 1층은 하나의 실내 프로그램이 아니라, 계절과 행사에 따라 밀도와 쓰임이 바뀌는 확장된 공용장으로 읽힌다. 농촌의 공유공간이란 결국 건물 안쪽의 방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생활과 교류가 번지는 가장자리를 만드는 일임을 보여준다.

2층과 3층은 보다 분명한 운영 논리를 따른다. 2층에는 다목적실과 공유작업소, 공유라운지가 놓이며, 장터와 저층부의 개방성과 직접 연결되는 활동적 프로그램이 배치된다. 여기에서는 코어와 인프라 영역을 한쪽에 응축하고, 나머지를 라운지 방식의 유연한 공간으로 사용하도록 계획했다. 3층은 회의실, 단체사무실, 통합사무실, 공유스튜디오를 두어 행정과 운영의 층으로 정리된다. 기존 3.5m 모듈을 기본 질서로 삼고, 가변형 벽체와 투명한 재료를 통해 공간의 폐쇄성을 낮춘다. 특히 1,800mm 폭의 복도는 단순한 이동통로가 아니라 회의실과 사무실, 공유스튜디오를 매개하는 열린 공용공간으로 다루어진다. 결국 이 건물의 수직적 구성은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개방된 마당의 층위에서 운영과 관리의 층위로 이행하는 체계를 만든다. 이는 프로그램의 나열이 아니라 사용 밀도와 공공성의 차이를 입체적으로 조직한 결과이다.

옥상은 이 프로젝트가 기존 건물의 정체성을 가장 간결하게 재해석하는 부분이다. 기존의 박공지붕 형상을 활용한 두 개의 정자는 각각 좌식과 입식의 휴게공간이 되고, 그 사이에는 경량의 마감과 디딤석, 잔잔한 식재로 이루어진 정적 정원이 놓인다. 동시에 태양광 패널, 물탱크, 실외기 같은 설비 공간은 사용자 공간과 분리되어 배치된다. 옥상을 단순한 휴게 데크로 꾸미지 않고, 하중 증가를 최소화해야 하는 리모델링의 조건을 수용하면서도, 휴게와 설비, 조망과 운영이 충돌하지 않는 질서를 만든다. 이는 조형적 제스처보다 사용의 분리와 공존을 우선한 태도이며, 기존 건물의 지붕 풍경을 새로운 커뮤니티 장치로 바꿔놓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태도는 최소한의 변형이다. 구조 계획은 기존 구조체를 존중하면서 필요한 보강과 엘리베이터 코어 신설을 수행하고, 에너지 계획은 외단열 시스템, 차양, 자연환기, 태양광 패널을 통해 성능을 보완한다. 인테리어에서도 기존 바닥 단차와 타일, 슬라브의 조건을 가능한 한 활용하며, 이를 가구와 동선 계획의 일부로 전환한다. 즉 건축적 완성도는 비싼 재료나 과장된 디테일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 주어진 구조, 예산, 레벨 차, 외부공간의 조건을 세밀하게 조정하여 새로운 사용의 가능성을 여는 방식에서 형성된다. 이 점에서 이 건물은 신축의 논리보다 리모델링의 윤리에 더 가깝다. 남겨야 할 것을 남기고, 바꿔야 할 곳만 바꾸며, 그 차이를 관계의 장치로 전환한다.

결국 이 프로젝트의 의미는 농업인을 위한 다기능 공간을 공급하는 데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의 나홀로 건물을 마을의 일상적 모임공간으로 다시 편입시키는 방식에 있다. 도청대로와 농경지, 신도심과 구도심, 장터와 카페, 작업과 행정, 실내와 마당이 하나의 건물 안에서 분리되면서 연결된다. 건축은 여기서 중심이 아니라 매개이다. 생활의 흐름이 머물고 교차할 수 있도록 바닥과 마당, 테라스와 복도, 정자와 작업공간을 조직하는 시스템이다. 이 건물은 완공과 동시에 끝나는 오브제가 아니다. 사용자들이 장터를 열고, 모임을 만들고, 체험과 작업을 이어가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플랫폼이다. 이 프로젝트는 바로 그 점에서, 건축이 무엇을 보여주는가보다 어떻게 관계를 작동시키는가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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