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gye-dong Villa Zip
서계동 빌라집
- 설계담당이문정, 박신영
- 위치서울시 용산구 서계동
- 대지면적96.2㎡
- 프로그램목공소, 공유오피스, 공유주거
- 연면적280.14㎡
- 시공주성종합건설
- 사진텍스쳐 온 텍스쳐
- 설계기간2019.3 - 2019.9
- 공사기간2020.2 - 2020.6
낮아진 문턱, 열린 통로
구보건축의 사무실과 우리 집 모두 만리동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생활의 근거지로서 서울역 서부역 동네에 관심이 많았다. 우연하게도 빌라집은 우리 집 거실 창을 통해서도 보이는 건물이었다. 남다른 인연으로 출발한 셈이다.
서계동은 재개발 계획이 무산되면서 땅값이 요동치고, 투기로 들어온 세력 덕분에 동네를 가꾸며 사는 거주민의 모습도 희미해진 곳이다. 그런 곳에 공공의 돈과 노력으로 동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사업들을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가구주택으로 사용하던 빌라집을 서계동 주민들을 위한 거점시설로 탈바꿈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해 차근차근 고민해갔다.
2019년 3월에 용역을 의뢰받아 시작한 빌라집 리모델링 설계의 첫 번째 과제는 건물이 구조적으로 튼튼한지 점검하는 안전진단이었다. 지하와 지상 1, 2층은 콘크리트 구조로, 내부 공간을 작게 구획하는 벽체들을 철거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3, 4층은 벽돌을 쌓아 올린 조적식 구조여서 최대한 현재의 내부 벽체를 살리면서 계획해야 했다. 프로그램은 목공수업을 위한 동네목공소(지하 1층), 마을상담소 및 쉼터(1층), 공유오피스(2층), CRC 사무소(3, 4층)로 꾸며진다. 한 층에 약 18평의 면적이 활용 가능하다.
구보건축은 건축설계를 하는 데 있어 건물이 어떻게 도시와 길과 동네와 만나는지 관심이 많다. 도로에서 건물로 진입하는 부분을 소위 ‘스레숄드(threshold, 문지방)’라고 부르곤 하는데, 이 스레숄드가 얼마나 사용자 친화적인지, 섬세하게 계획되었는지, 적절하게 열고 닫는지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공간의 질이 달라진다고 믿는다.
빌라집은 동네 주민들을 위한 사랑방의 역할을 하는 곳이 될 터이니 이 스레숄드를 잘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현황 상 빌라집 앞쪽은 4m 폭의 차도에 면하고, 뒤쪽은 2m 폭의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골목길이 있다. 앞쪽에는 주 출입문이 있는데, 도로에서 약 70cm 높이를 올라와야 들어갈 수 있다. 더군다나 도로 자체에 경사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편안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높이 차를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는 레벨 설계가 필요했다. 현재 건물은 도로 레벨에 대한 고려 없이, 도로와의 높이 차를 시멘트로 대충 얼버무려 놓은 상태였다. 우리는 작지만 편안한 진입 공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계단으로 단차를
극복했고, 영역성을 부여하기 위해 1층 높이만큼 흰색 도장 철판을 세웠다. 기존 건물의 입면 재료와 같은 붉은 벽돌을 사용하여 바닥을 마감하고, 양쪽 옆에는 벤치도 만들었다.
다시 도로와의 이음새로 돌아가 보면 건물의 뒤편에 면한 도로는 전면도로보다 약 4m 높게 있다. 그래서 건물의 전면은 지하층과 지상 1층 중간 높이에 출입문이 있다면 뒤편은 지상 2층보다 약간 낮은 곳에 문이 있다. 과거에는 건물과 뒤편 골목길이 서로 만나지 않고 담장으로 막혀 있었다. 우리는 이제 공공공간으로 변신하는 빌라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쉽지 않은 시공 방법이지만 건물의 뒷면을 열어 작은 골목길과 만나도록 계획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골목길이 앞길과 연결되고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거점시설 방문도, 소통의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빌라집은 서계동 언덕에 자리한 데다가 4층 높이의 건물이다 보니 옥상은 매우 근사한 조망이 가능한 곳이다. 우리는 동네 주민들의 야외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에 넓은 데크와 벤치, 조경과 조명을 계획했다. 옥상을 둘러싸고 있는 난간벽이 현재 법규보다 살짝 낮았기에 그 위에 철재 및 조명으로 구성된 빛 난간을 보강했다. 덕분에 아랫마을에서도 앵커시설이 잘 보이고, 야간에도 안전한 동네의 느낌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