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ry Wood House

죽전동 회백나무집

  • 설계담당박신영
  • 위치경기도 용인시 죽전동
  • 대지면적166.30㎡
  • 프로그램단독주택
  • 연면적198.56㎡
  • 규모80.46㎡
  • 시공나무이야기
  • 사진노경
  • 설계기간2020. 6. ~ 2021. 3.
  • 공사기간2021. 3. ~ 2021. 8.

확장된 집의 경계: 귀가의 여정을 담은 집

죽전동 회백나무집이 자리한 곳은 죽전지구의 북동쪽 끝자락이다. 죽전동 전체의 경계를 형성하는 나지막한 산자락을 배경으로 집들이 몇 채 모여 동네를 이루는 전형적인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주택단지의 모습이다. 해당 부지 주변으로는 근래에 비슷한 재료와 형태를 지닌 주택들이 동시에 들어서면서 여느 동네와 다를 바 없는 비슷한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신도시 버내큘러

넉넉하지 못한 대지 면적과 건폐율, 용적률, 지구단위계획의 몇 가지 전제조건들이 건축의 형상을 상당 부분 결정짓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 조건들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개별 필지들의 면적은 단독주택 개발을 위한 최소한의 크기였기 때문에 대지에 들어설 건물은 땅의 경계에 바짝 붙어 볼륨을 키울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에 이웃한 건물들과의 거리감 조절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동네 주민들은 이웃집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에 민감해 했고, 건축주도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주거 공간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인접한 대지에는 아직 건물이 들어서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들어설 집을 의식하여 주택 외부로 향한 개구부를 최소화하면서도 적절한 자리와 크기를 찾아 배치했다. 외부에 대한 의식이 자칫 실내 생활에 불편함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유의했다. 인근 주택들은 시공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스터코, 벽돌, 세라믹 사이딩 등의 외벽 재료들이 주를 이루어, 신도시 버내큘러라고 부를 만한 경관을 이루고 있었다. 경제성을 고려하면서도 인근 주택들처럼 통속적 외관을 지닌 주택이 되지 않기를 바랐던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하여, 시공상 섬세한 관리와 계획을 요구했지만 집의 근원적 이미지를 담고 있는 목재를 외장재로 선택했다. 유지관리의 난점을 해결하고, 일관된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공장에서 규화제 처리를 하여 현장 시공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균질하게 풍화되며 일관된 텍스처를 유지하는 회백색의 외벽으로 변모해나갈 것을 기대한 선택이었다.

현관의 시간

도로에 면한 지하층은 목재로 된 볼륨을 지탱하는 단단한 콘크리트 기단이 되어 이 집의 현관을 형성한다. 주택의 입구는 사회에서의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귀가하는 이에게 안식의 장소가 시작됨을 알린다. 죽전동 회백나무집은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의 시퀀스를 만들기 위해 두 가지 디자인 장치를 고안했다. 작은 대지임에도 현관으로 접근하는 기다란 진입로를 가질 수 있도록 현관을 부지 안 깊은 쪽으로 끌어두었고, 일종의 문간채 역할을 하는 운동실이 집과 가로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하도록 계획하였다. 주택 내부에서는 확장된 현관을 중요시했다. 현관에서의 시간을 늘리면서 집과 도시가 만나는 순간의 경계 공간을 보다 풍요롭게 하여 이 집을 사용하는 가족들이 영역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읽을 수 있기를 바랐다. 확장된 현관에는 세면대와 벤치를 두어 현관이 단순히 빠르게 신발을 벗고 집으로 들어가는 짧은 순간 속에 비-장소로 남겨지기보다는 드나듦의 시간을 경험하는 곳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했다.

깊은 마당

집의 본체에 해당하는 1층과 2층은 중정형 마당을 지닌 ㄷ자 평면이다. 이 집의 가족들은 의도적으로 긴 시퀀스로 디자인된 진입로와 현관을 지나 한 개 층을 올라오게 되는데, 이때 중정 마당을 중심으로 밝은 빛이 집중된 1층 공간이 그들을 맞이한다. 내밀한 주거 공간을 원했던 건축주의 희망을 담아내기 위해 마당을 전체 구성의 깊은 지점에서 만나도록 했다. 선택적으로 마당과 집 외부의 경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외벽과 동일한 재료로 디자인된 길이 4m짜리 대형 슬라이딩 벽체를 마당 끝에 둔 것도 거주하는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고안한 것이다. 중정 마당은 외벽 개구부를 최소화한 이 집에서 채광과 환기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부부와 두 딸의 생활을 전개하는 거점 공간으로 기능한다. 1층의 평면은 다이닝, 마당, 거실의 세 켜로 구성된다. 각각의 켜가 단조롭지 않고 공간적으로 흥미로운 시선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공간의 높이와 이를 경험하는 시선의 레벨을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바닥의 높이차, 천장 마감 방식에 따른 천장고의 차이, 이 두 가지 변수를 조합하여 주방(2,400mm)-다이닝(2,700mm)-중정(∞)-거실(2,800mm/3,100mm)로 연결되는 1층 공간의 축을 구성했다. 이는 1층 각각의 켜들이 중첩되어 하나의 풍경을 만들 때,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시선 관계가 도출되도록 의도한 결과물이다. 필요한 방의 개수에 비해 공간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건축주 부부와 두 딸이 각자의 방을 가지는 2층은 간결한 구성을 지닌다. 두 딸의 방은 하나의 욕실과 화장실을 방 내부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순환하는 동선구조로 계획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집을 사용하면서 그 용도를 발견하게 될 다목적의 가족 거실을 딸들의 영역 입구에 두었다. 1층과 연결하는 계단에는 미술을 공부하는 딸과 소잉 디자인을 즐기는 엄마를 위한 전시벽을 설치했다. 이 벽체는 1층과 2층의 공간을 가로지르며, 가족의 활동을 반영하고 소통을 돕는 구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죽전동 회백나무집을 설계하면서 경사지붕 집이라는 가장 단순한 형태를 나무라는 원초적인 재료를 이용하여 집의 이미지를 담담하게 전달하려고 하였다. 아파트에서의 삶과 다른, 단독주택만이 선사할 수 있는 공간적 경험은 무엇일까, 오랜 시간 고민 끝에 그 일부를 담아낸 작업으로 집이 품어주는 시간이 사용자에게 보다 의미 있게 다가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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