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Venture Campus Seoul
SVC 서울
- 설계담당황기하, 박태일, 한명제, 김민정
- 위치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 대지면적1,393.4m2
- 프로그램업무시설
- 연면적13,253.38m2
- 규모지하 6층, 지상 12층
- 구조설계CS구조
- 기계설계두현엠앤씨
- 전기설계테라엔지니어링
- 컨설턴트튠웍스(음향), 핀포인트(스마트빌딩)
- 시공시안공영
- 발주처창업진흥원
- 사진텍스쳐온텍스쳐
- 설계기간2024.12 ~ 2025.08
- 공사기간2025.10 ~ 2026.05
공유의 단면
홍대입구 일대는 대학과 상업시설, 문화적 활동이 중첩되는 도시의 접점이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같은 거리를 공유하고, 그 흐름 속에서 새로운 산업과 생활문화가 자리 잡는다. 양화로와 홍익로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SVC Seoul은 이러한 도시적 조건을 창업의 환경으로 끌어들이는 프로젝트이다.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과 이를 지원하는 기관, 투자자와 방문객이 한 건물 안에서 활동하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였다.
공모 당시 ‘K-Deeptech Town’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 사업은 국내외 스타트업과 투자·지원기관을 연결하는 창업 거점을 목표로 했다. 2026년 5월 개소한 SVC Seoul은 인공지능과 뷰티·패션, 콘텐츠·문화 분야를 아우르는 스타트업벤처 캠퍼스로 운영의 범위를 구체화하였다. 건축적으로 주목한 것은 이처럼 서로 다른 주체가 모이고, 입주기업의 구성과 활동이 지속적으로 달라지는 상황이다. 개별 기업에 필요한 독립성을 확보하면서 이들이 함께 사용할 자원과 만남의 장소를 마련하는 일이 설계의 출발점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주어진 건물은 층별로 독립적인 임대가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오피스의 체계를 따르고 있었다. 전용면적을 확보하고 공용면적을 줄이는 평면은 각 층의 사용을 효율적으로 분리하지만, 층과 층 사이의 관계를 만들기에는 제한적이다. 엘리베이터로 목적한 층에 도착해 개별 사무실로 들어가는 동선에서는 다른 층의 활동을 접할 기회가 적다. 창업 공간으로의 전환은 이러한 분절을 다루는 데서 시작한다. 기존 건물의 구조와 외피를 바탕으로, 공용공간의 위치와 수직동선의 역할을 다시 설정하였다.
공모안에서 제안한 ‘연결을 위한 분할’은 건물 전체를 하나의 열린 공간으로 묶기 어려운 조건에 대한 대응이었다. 서로 연계가 필요한 프로그램을 묶고, 각 영역의 사용 방식에 적합한 연결을 도입하였다. 저층부에는 외부 방문객과 입주자가 만나는 교류 공간을 배치하고, 중층부에는 기업의 업무와 이를 지원하는 공용시설을 조직하였다. 상층부와 지하에는 회의와 식사, 휴식 등 업무를 지속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였다. 원형계단과 내부계단, 보이드는 이처럼 서로 다른 성격의 영역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연결한다.
거리와 만나는 1층은 건물의 활동을 드러내는 첫 번째 접점이다. 높은 로비와 그 상부의 멤버십라운지는 층고의 차이를 이용해 서로 다른 머무름의 방식을 수용한다. 로비의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는 사람과 상부의 공유 테이블에서 일하는 사람은 분리된 바닥을 사용하면서도 같은 공간의 깊이를 인식한다. 투명한 외피 너머로 보이는 라운지와 계단은 내부의 활동을 가로의 풍경에 더한다. 이곳에서 건물의 입구는 출입을 처리하는 지점을 넘어, 방문과 체류가 겹치는 영역으로 확장된다.
저층부의 관계를 조직하는 중심에는 원형계단이 있다. 공모안에서 지상 1층부터 3층까지를 연결했던 계단은 최종설계에서 지하 1층까지 연장되었다. 다목적홀, 로비, 네트워킹홀, 투자설명 공간을 걸어서 오갈 수 있는 동선이 형성된 것이다. 층마다 위치를 조정한 계단을 따라 이동하면 주변의 활동이 다른 높이와 방향에서 드러난다. 원형계단의 곡면은 기존 기둥과 보가 이루는 직교 체계 안에서 이동의 방향을 표시하고, 커튼월에 가까이 놓인 계단은 거리에서도 저층부의 연결을 읽을 수 있게 한다.
2층 네트워킹홀에서는 기존 기둥 간격을 유지하면서 다수가 모일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였다. 중앙의 활동 영역을 향해 세 방향으로 계단식 좌석을 배치하고, 그중 일부를 접이식 스탠드로 계획하였다. 기둥열 사이에 나뉘어 놓인 좌석은 하나의 중심을 공유하며, 고정식 좌석과 가변식 좌석의 조합은 행사와 일상적 사용 사이의 전환을 수용한다. 발표가 있을 때에는 중앙으로 시선이 모이고, 행사가 없는 시간에는 계단과 바닥에 사람들이 나뉘어 앉아 대화를 나눈다. 집회의 규모와 가구 배치에 따라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거리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지하 1층에는 별도의 다목적홀과 라운지를 두었다. 2층이 외부의 빛과 시선이 들어오는 개방적인 집회 공간이라면, 지하의 홀은 영상과 발표에 필요한 환경을 조절하기에 적합하다. 두 공간은 원형계단을 통해 로비와 연결되며, 행사 성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장소를 제공한다. 특정 행사에 모든 공용공간이 종속되지 않도록 교류의 장소를 나누어 배치한 구성이다.
3층의 투자설명 공간은 대규모 집회에서 구체적인 대화로 소통의 단위가 작아지는 곳이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에는 화면을 통한 발표뿐 아니라 시제품을 놓고 살펴보거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토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규모와 배치가 다른 IR룸과 회의실을 마련하였다. 높은 층고 안에 독립된 실을 삽입하는 ‘집 속의 집’ 구성은 각 실의 경계를 드러내면서 그 사이에 공유 테이블과 이동 공간을 남긴다. 일부 실의 방향을 기둥열과 어긋나게 배치함으로써, 실 사이의 공간은 폭이 달라지는 공용영역이 된다. 개별적인 협의와 그 전후의 비공식적인 대화가 가까운 거리에서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4층부터 10층까지의 업무영역에는 ‘인프라밴드’를 배치하였다. 각 층의 중심을 길게 가로지르는 이 공용영역은 회의실, 폰부스, 탕비와 휴게 기능, 층간 이동을 위한 내부계단을 함께 조직한다. 양쪽의 개별 사무실은 인프라밴드를 통해 필요한 지원 기능에 접근한다.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시설이 모여 있으므로 사무실 밖으로 나오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겹친다. 복도의 폭과 기능을 확장하고 그 안에 머무를 자리를 마련하여, 이동과 짧은 대화가 업무의 일상 안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인프라밴드는 공간의 변화가 가능한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은 성장에 따라 인원과 조직, 필요한 공간의 크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모든 벽과 설비를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만드는 방식은 차음과 내구성, 유지관리의 요구와 충돌한다. 설계에서는 공통으로 사용하는 지원 기능을 지속적인 기반으로 두고, 그 주변의 사무공간이 변화에 대응하도록 구분하였다. 기존 기둥 모듈에 맞춘 실 배치는 분할과 결합의 기준이 되며, 7층과 8층 일부에는 무빙월을 적용해 공간을 나누거나 확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가변성은 바뀌는 부분과 유지되는 부분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할 때 실제 사용의 조건이 된다.
각 층의 인프라밴드는 공통된 질서를 유지하면서 주변 프로그램에 따라 폭과 쓰임이 달라진다. 5층의 운영사사무실과 회의실, 7층의 넓은 공용영역, 8층의 밋업라운지는 반복되는 업무층에 서로 다른 이용 목적을 부여한다. 여기에 내부계단을 결합하여 사용자가 자신이 입주한 층을 넘어 가까운 층의 공용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개별 사무실의 독립성은 유지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의 범위는 한 층의 경계보다 넓어진다.
상층부에서는 업무공간의 밀도가 낮아지고 외부와의 접촉이 늘어난다. 11층의 카페테리아와 테라스는 식사와 휴식의 장소를 제공하며, 12층의 회의공간은 보이드를 사이에 두고 아래층과 시각적으로 연결된다. 공모안에서 리서치가든으로 구상했던 상층부는 최종설계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으로 조정되었다. 조망과 외부공간을 여러 사용자가 함께 경험하도록 배치한다는 방향은 이어진다. 테라스의 식재와 열린 상부, 두 층 사이의 빈 공간은 반복되는 업무층과 다른 환경을 형성하고, 식사와 회의 사이의 이동에도 바깥의 풍경이 개입하게 한다.
지하 2층의 지원시설은 일하는 사람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휴게라운지와 다목적실에 더해 수면실, 샤워실과 세탁실을 배치하고, 기도실과 수유실을 마련하였다. 서로 다른 생활 리듬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용자가 일정 시간 머무를 수 있도록 지원의 범위를 넓힌 구성이다. 창업 공간에 필요한 기반은 책상과 회의실만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일과 휴식 사이를 오가며 신체적·생활적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도 업무환경을 구성한다.
재료는 각 공간의 사용과 환경을 구분하는 데 관여한다. 로비의 에폭시 테라조와 그레이팅 천장, 네트워킹홀의 목재 좌석과 흡음 천장, 업무영역의 카펫과 알루미늄 루버는 보행과 체류, 소음과 설비의 조건에 대응한다. 아노다이징 패널과 메탈릭 도장 등 금속 계열의 표면은 주요 공간과 계단에 공통된 물성을 부여한다. 유리로 구획한 실의 경계와 재료의 반복은 서로 다른 층을 하나의 시설로 인식하게 하면서, 가구의 높이와 배치는 각 장소에서 취할 수 있는 자세와 대화의 규모를 조정한다.
SVC Seoul은 길과 공용시설을 매개로 서로 다른 활동을 연결하는 캠퍼스의 관계를 수직적인 건물 안에 옮겨온다. 각자의 업무공간을 오가는 길에 다른 사람의 활동을 접하고, 필요에 따라 공유시설을 선택하며, 한 장소에서 시작한 대화를 다른 장소에서 이어가는 관계가 그 바탕이다. 건축이 이러한 교류의 결과를 미리 정할 수는 없다. 다만 계단과 라운지, 독립된 실과 그 사이의 공간을 조직하여 서로 만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다. 층별로 분리되어 있던 오피스는 이 공용공간들을 매개로, 각자의 일을 지속하면서도 다른 활동과 접점을 형성하는 캠퍼스로 작동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