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

위아연

  • 설계담당조봉준
  • 위치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 대지면적242.80㎡
  • 프로그램다가구주택, 근린생활시설
  • 연면적421.38㎡
  • 규모지상5층
  • 구조설계곤구조기술사사무소
  • 기계설계두현
  • 전기설계엠케이청효주식회사
  • 가구더단디
  • 인테리어더단디
  • 컨설턴트구보
  • 시공지음씨엠
  • 발주처개인
  • 사진노경
  • 설계기간2021. 2. ~ 2021. 6.

가로를 쌓아 동네를 만드는 건축: 위아연

단지 vs 동네

우리의 도시는 효율적 주거환경 인프라 공급을 중시하면서, 단지형 대규모 주택공급이 주된 개발 방식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이다. 녹지의 공급, 다양한 편의시설, 협소한 가로망의 개선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는 수단이기는 하지만, 그 부작용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단지 중심의 공간 단위가 도시 속에 자리하면서 주변에 대하여 폐쇄적인 태도를 취한다거나, 다양한 프로그램이 복합된 도시 가로 특유의 활력이 사라진다던지, 실핏줄처럼 다이나믹하게 펼쳐져야할 도시 공간 네트워크가 단순화되어 차량 이동 중심의 도시로 바뀌는 등 다방면에서 그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아직 단지화 되지 않고, 도시의 원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소규모 필지의 ‘동네’는 그러한 이유로 점차 중요한 가치를 띄게 되며 주목받고 있다. ‘동네’는 우리가 흔히 ‘근생건축’, 혹은 ‘상가주택’이라고 부르는 소규모 주거, 상업 복합건축이 일생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온갖 기능을 만능상자처럼 담아내며 그 모습을 갖추어간다.

시간의 중첩이 새겨진 땅

연남동 역시 대규모 개발의 파도에서 한 켜 물러선 채 소규모 필지의 구조가 오랜 시간동안 변화없이 유지되어온 ‘동네’이다. 연남동 프로젝트 ‘위아연’이 들어선 대지의 형상은 유래가 깊은 동네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경의선과 맞닿아있는 대지는 그리드의 규칙적인 형태로 나누어진 필지와 1970년대 까지 경의선 부근에서 농사를 지었던 농지의 자연발생적인 구조가 충돌하면서 이형의 형상을 띄고 있다. 남북방향으로 기다란 대지는 폭 7m 내외이며, 도로와 접하는 구간은 비좁아서, 차량의 진출입구와 보행통로를 넣기도 넉넉치 않은 상황이었다. 계획하기 녹록치 않은 대지의 조건에 일조사선제한을 더하면 건축가에게는 조금의 여유도 남겨지지 않아, 긴장감을 가지고 선 하나 하나를 정확히 그려가야만 했다.

‘동네’를 만드는 건축을 위한 요건

연남동 프로젝트 ‘위아연’는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구성된 소규모 도시 필지가 늘 그러하듯이 저층부에는 근린생활시설을 두고, 상층부는 다가구 주택으로 구성해야하는 전형적인 ‘근생건축’이다. 우리에게 얼마 남겨지지 않은 ‘동네’의 일상적 환경을 채우고 있는 이 ‘근생건축’은 단지 중심의 도시가 제공하기 어려운 활력과 우연한 만남, 뜻밖의 이벤트들을 가로 위에서 생성해주는 소중한 도시의 부분이다. 하지만, 그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건축 환경은 영세한 경우가 많아 양질의 공간을 도시에 제공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무심하게 계획된 필로티 주차장, 가로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폐쇄적 공간 등이 ‘동네’의 일상을 온전히 담아내기 버거운 환경을 조성한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근생건축’이 ‘동네’를 만드는 건축으로서의 가능성을 구현하고자 세 가지 단순한 원칙을 정했다. 첫 번째로, 법규 상 반드시 대지 안에 마련해야하는 주차장의 계획이다. 소규모 필지에서 부설주차장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1층 공간을 필로티로 계획하여 하부에 주차장을 구성해야한다. 이 필로티 주차장은 ‘동네’의 보행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대표적 공간이다. 깊은 필로티 하부는 골목에 어두운 음영을 만들고, 비좁은 대지로 인해 가로를 주차장의 차로로 활용하게 되면서, 주차된 차량이 길을 면하여 늘어서게 된다. 이는 골목길의 풍경을 걷기 마뜩치 않은 곳으로 만드는 주된 요인이 된다. 우리는 ‘위아연’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면적의 손실이 있더라도 주차장의 차로를 대지 안에 두었고, 주차장 영역은 대지 후면을 관통시키고 측면에 주차장을 향해 큰 창을 지니는 근린생활시설을 두어 밝은 필로티 주차장이 되도록 하였다. 넓게 확보한 주차장은 필요에 따라 건물 내에서 장터와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열수도 있는 작은 동네 광장이 전환되기를 바라는 의도도 지니고 있다.

두 번째로 반드시 1층에는 접지성이 좋은 근린생활시설을 두려고 했다. 필로티 주차장과 연계된 문제인데, 주차장 계획에 편의를 우선으로 하는 계획을 하다보면 1층에 근린생활시설이 빠지거나, 필로티 안쪽으로 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1층에서 골목을 마주하는 상점의 존재는 ‘동네’의 활기와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7평정도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골목을 오가는 행인들에게 인지성이 좋은 부분에 ‘근린생활시설’을 두어 필로티 주차장의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내부에는 계단을 설치하여 2층의 일부를 함께 임대할 수 있어서 비좁은 공간의 문제를 보완했다.

세번째는 ‘동네’의 길이 건축물 내에서 연속하여 연결되도록 하였다. ‘위아연’은 1층과 2층에는 근린생활시설, 3층에서 최상층까지는 세 개의 집이 배치되는 건물이다. 우리는 1층 뿐 아니라 상층부의 공간들도 가로에 면한 ‘동네’ 안에 거주한다는 감각을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 골목에서 연결되는 길을 쌓아올렸다. 내부의 가로는 건물 전면부에 드러나도록 하여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오고가는 일상적인 모습이 동네의 풍경이 되도록 하였다. 공간의 여유를 갖기 어려운 대지 조건이지만, 내부의 가로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작은 반원형 보이드를 낼 수 있는 여지를 찾아내었다. 이 보이드는 내부의 가로가 각각의 집과 만나는 여정에 건물 내로 빛과 여유를 선사하면서 입체적인 깊이감을 통해 실제 공간의 크기보다 확장된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

제약이 이끌어내는 형태의 리얼리티

건물의 형태는 대지를 둘러싼 여러 제약조건을 반영하고 남겨진 최대한의 볼륨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이형의 대지와 주변 필지와의 복잡한 관계로 인해 형태는 단정하게 정리하게 어려운 조건이었다.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건물의 윤곽을 만든다면 그 자체가 ‘동네건축’의 리얼리티가 된다고 생각했다. 복잡한 형태는 하나의 덩어리로 인지될 수 있도록 마감재료를 밝은 갈색의 스터코 외단열 시스템으로 한정하였고, 내부화된 가로만이 구별되어 도드라지게 콘크리트 노출로 마감하였다.

‘동네’를 만드는 ‘근생건축’은 단지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는 우리 도시 일상의 카운터파트로 작동하며 도시인의 거주 환경에 균형감을 유지시킬 수 있는 건축가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이다. 골목길과의 긴밀한 연계를 꾀한 연남동 프로젝트 ‘위아연’이 시도한 공간이 ‘동네’를 만들어가는 건축으로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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